"불법 영역에 가까운 것도 있다"? ETF 검사 종료에 운용사들 '긴장'
최고관리자
2024-10-29 17:27:07
상반기부터 서면·현장검사…'증권사와 대가성 거래' 의혹 등
업계 "의혹만 난무 위법 소지 없는데…ETF 시장 위축도 우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올초부터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영업 행태와 관련해 계열사 몰아주기, 증권사와 '짬짜미' 공생 관계 등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최근 4개 대형사에 대한 현장검사까지 마무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불법 영역에 가까운 행위도 있을 여지가 있다"며 검사 과정에서 불법 정황이 인지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사 쟁점 사항이나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대한 힌트 등이 금감원의 입을 통해 나오지 않고 있어 업계는 바짝 긴장 상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지난 25일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차례로 마쳤다.
금감원이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본 부분은 ETF 운용사들이 증권사에 대차수수료를 깎아주는 대신 자사 ETF 매입을 요구해 운용자산(AUM)을 불렸다는 의혹이다. 운용사는 ETF에 편입된 증권을 약관상 정해진 비중까지 빌려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대차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또 수수료로 발생한 이익은 ETF에 귀속돼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운용사의 대차수수료가 싼 것이 사실이라고 끄덕인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주식 대여 수수료율 격차는 수십배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사들의 주식 대여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연 수수료율은 0.028%인 반면 증권사는 2.15%다.
이는 운용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증권사에 싸게 빌려주는 대신 증권사가 운용사 ETF를 매수해주는 식의 담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경우 ETF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할 대차수수료 이익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수수료를 깎아주는 이유는 암묵적 공생관계를 통해 운용사는 ETF AUM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공정한 거래가 아니라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이 같은 점이 위법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펀드별로 약관상 대차 가능 비중이 정해져 있어 그 범위 내에선 자유롭게 대차가 가능하며, 수수료율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운용사들은 본연의 업무가 펀드를 잘 굴리는 것이지, 대차 수수료를 통한 비즈니스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증권 좀 빌려 달라는 태핑을 받으면 빌려주는 거지 먼저 영업을 하고 다니진 않는다. 운용역들의 1차적 투자 목적은 펀드를 잘 굴려 수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 좀 더 올릴 고민을 하고 있지, 대차 수수료로 돈을 번다는 개념도 잘 없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에 정통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일부 운용사는 복잡한 것이 싫어 모든 주식을 단일가 수준의 수수료로 빌려준다고도 들었다. 증권사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부서를 두고 대차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운용사들은 따로 대차를 맡은 인력도 없어 팀 막내 한명에게 떠맡긴다고도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또 하나의 검사 쟁점은 운용사들이 ETF 유동성공급자(LP)로 많이 들어온 증권사에 주식 주문을 더 넣어준다는 의혹이다.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펀드 운용을 위해 주식 등을 거래할 때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증권사에게 이는 중요한 법인영업 성과가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업계의 시각도 엇갈린다. 과거엔 이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최근엔 주먹구구식 영업 행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는 주식 주문을 주는 하우스를 리서치 서비스, 시스템 안정성 등 다각도에서 평가하고 점수를 준다"며 "평가 기준도 뚜렷하고 등급에 따르면 주문 배정(%)도 엄격히 정해져 있어서 암암리에 주문을 더 주는 식의 행위는 업계에서 사라진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의혹이 제기된 이번 기회에 ETF 영업행위 전반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ETF 영업행위 중 발견된 '회색지대'를 두고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7일 금감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시장이 너무 커져서 예측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점에 공감한다"며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종합감사에선 "관련 실태는 열심히 보고 있다. 시장 질서를 직접 위반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공정성 측면에서 부적절하지만 규정상 통제할 수 없는 행태도 있고, 불법 영역에 가까운 것들이 있을 여지도 (있다)"라고 밝혔다.
운용사들은 최근 몇년 간 ET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당국 제재 딱지가 붙으면 상품에 직접적인 영향이 갈 수 있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또 ETF 시장이 위축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하는데, 올해 일련의 이슈들로 ETF가 나쁜 상품인 것처럼 호도될까 우려스럽다. 시장이 더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저런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업계 "의혹만 난무 위법 소지 없는데…ETF 시장 위축도 우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올초부터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영업 행태와 관련해 계열사 몰아주기, 증권사와 '짬짜미' 공생 관계 등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최근 4개 대형사에 대한 현장검사까지 마무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불법 영역에 가까운 행위도 있을 여지가 있다"며 검사 과정에서 불법 정황이 인지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사 쟁점 사항이나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대한 힌트 등이 금감원의 입을 통해 나오지 않고 있어 업계는 바짝 긴장 상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지난 25일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차례로 마쳤다.
금감원이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본 부분은 ETF 운용사들이 증권사에 대차수수료를 깎아주는 대신 자사 ETF 매입을 요구해 운용자산(AUM)을 불렸다는 의혹이다. 운용사는 ETF에 편입된 증권을 약관상 정해진 비중까지 빌려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대차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또 수수료로 발생한 이익은 ETF에 귀속돼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운용사의 대차수수료가 싼 것이 사실이라고 끄덕인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주식 대여 수수료율 격차는 수십배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사들의 주식 대여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연 수수료율은 0.028%인 반면 증권사는 2.15%다.
이는 운용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증권사에 싸게 빌려주는 대신 증권사가 운용사 ETF를 매수해주는 식의 담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경우 ETF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할 대차수수료 이익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수수료를 깎아주는 이유는 암묵적 공생관계를 통해 운용사는 ETF AUM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공정한 거래가 아니라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이 같은 점이 위법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펀드별로 약관상 대차 가능 비중이 정해져 있어 그 범위 내에선 자유롭게 대차가 가능하며, 수수료율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운용사들은 본연의 업무가 펀드를 잘 굴리는 것이지, 대차 수수료를 통한 비즈니스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증권 좀 빌려 달라는 태핑을 받으면 빌려주는 거지 먼저 영업을 하고 다니진 않는다. 운용역들의 1차적 투자 목적은 펀드를 잘 굴려 수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 좀 더 올릴 고민을 하고 있지, 대차 수수료로 돈을 번다는 개념도 잘 없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에 정통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일부 운용사는 복잡한 것이 싫어 모든 주식을 단일가 수준의 수수료로 빌려준다고도 들었다. 증권사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부서를 두고 대차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운용사들은 따로 대차를 맡은 인력도 없어 팀 막내 한명에게 떠맡긴다고도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또 하나의 검사 쟁점은 운용사들이 ETF 유동성공급자(LP)로 많이 들어온 증권사에 주식 주문을 더 넣어준다는 의혹이다.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펀드 운용을 위해 주식 등을 거래할 때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증권사에게 이는 중요한 법인영업 성과가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업계의 시각도 엇갈린다. 과거엔 이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최근엔 주먹구구식 영업 행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는 주식 주문을 주는 하우스를 리서치 서비스, 시스템 안정성 등 다각도에서 평가하고 점수를 준다"며 "평가 기준도 뚜렷하고 등급에 따르면 주문 배정(%)도 엄격히 정해져 있어서 암암리에 주문을 더 주는 식의 행위는 업계에서 사라진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의혹이 제기된 이번 기회에 ETF 영업행위 전반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ETF 영업행위 중 발견된 '회색지대'를 두고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7일 금감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시장이 너무 커져서 예측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점에 공감한다"며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종합감사에선 "관련 실태는 열심히 보고 있다. 시장 질서를 직접 위반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공정성 측면에서 부적절하지만 규정상 통제할 수 없는 행태도 있고, 불법 영역에 가까운 것들이 있을 여지도 (있다)"라고 밝혔다.
운용사들은 최근 몇년 간 ET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당국 제재 딱지가 붙으면 상품에 직접적인 영향이 갈 수 있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또 ETF 시장이 위축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하는데, 올해 일련의 이슈들로 ETF가 나쁜 상품인 것처럼 호도될까 우려스럽다. 시장이 더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저런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