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38만명…"한국선 `연금 백만장자` 희망고문인가요?"[신하연의 여의도돋보기]

미국은 38만명…"한국선 `연금 백만장자` 희망고문인가요?"[신하연의 여의도돋보기]

최고관리자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최근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도입, 타깃데이트펀드(TDF) 활성화, 오는 31일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등이 모두 그 일환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아직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오는 31일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역시 금투업계의 기대만큼 초기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들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는 것은 좋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 3분기 기준 400조를 넘어섰습니다. 증가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연간수익률은 5.26%에 불과합니다.

반면 '연금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이른바 '연금 백만장자'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올해 상반기 자사 401K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달러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를 집계한 결과 37만8000만명이었다고 합니다.

퇴직연금 원금이 '더블링'(원금이 2배가 되는 상태)되는 기간이 호주는 9년, 미국은 10년이지만 국내 확정기여(DC)형은 25년, 확정급여(DB)형의 경우 27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연금 선진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연금 투자 상품입니다. 401K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가입하되 기업이 매칭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으로, 주식이나 TDF 등 고수익 상품에 적극 투자합니다. 근로자 소득세 면제 혜택과 기업의 법인세 공제 혜택도 주고요.

반면 '연금 제도 실패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일본은 2020년 집계 기준 적립금 중 절반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에 치중돼 있고 2016~2020년 평균수익률이 기금형 3.78%, 규약형 3.36%에 그칩니다.

한국 역시 전체 퇴직연금의 90% 가까이가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우쳐 있죠. 디폴트옵션 내에서도 비슷하고요.

해외 연금 선진국의 사례에서 비춰본 한국 퇴직연금제도의 개선점을 살펴보면, 우선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관련 상품 확대가 필요합니다.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에서도 원리금보장상품을 제외하고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을 확대해 펀드, ETF 등 다양한 자산에 연금 자산을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투자 교육을 병행해 근로자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합니다.

퇴직연금이 예금이나 채권에 치중돼 있으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퇴직연금 운용회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유인책도 마련해야겠죠.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자산을 집중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은퇴시기가 가까워지면 배당주와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게 해주는 TDF가 더 잘 자리 잡을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하고요.

또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제도처럼 고용주가 일정 비율을 연금에 기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기여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는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뿐 아니라 기업의 기여금(근로자 연봉의 9%) 납부를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가입자의 운용지시 없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한 운용 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하고 있고요.

미국의 401K도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에 회사가 제공하는 매칭자금이 지급되는데, 이 경우 기업에도 법인세 공제 혜택이 부여됩니다.

진정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근로자에게 자산 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기업이 근로자의 자산 축적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적 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는 단순히 정책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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